병원은 질병 치료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병원균이 존재하는 고위험 환경이다. 성인은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고 있어 병원 내 감염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영유아나 어린이에게 병원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공간이다. 특히 대기시간이 긴 소아청소년과나 내과 진료실 앞에 마련된 병원 내 키즈존은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일한 공간이지만, 이 공간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감염 전파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와 노로바이러스 등 감염병 확산 사례에서도 병원 키즈존이 감염 고리로 작용한 정황이 밝혀지며, 병원 내 어린이 놀이 공간에 대한 위생 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병원 내 키즈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생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고, 위생 관리를 위한 시설 기준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안전한 병원 놀이 공간을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병원 내 키즈존에서 흔히 발생하는 위생 문제
병원 내 키즈존은 일반 키즈카페나 놀이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개방적인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간 이용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환자 상태가 다양한 아동들이 예고 없이 머물 수 있기 때문에 위생 관리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기 쉽다.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장난감 표면의 세균 번식이다. 플라스틱, 고무, 천 재질 등 다양한 장난감은 외형적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입에 넣거나 손에 땀을 묻히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특히 천 소재의 인형이나 쿠션은 세탁이 어렵고, 일회용이 아니기 때문에 세균과 곰팡이의 온상이 되기 쉽다.
두 번째로 문제 되는 부분은 공용 놀이기구의 접촉면 오염이다. 미끄럼틀 손잡이, 볼풀장 내부, 플라스틱 조립 놀이기구 등은 아이들의 손과 입이 자주 닿는 위치지만, 대부분의 병원은 위생 전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주기적인 소독 루틴이 부재하여 오염이 쉽게 누적된다. 어떤 병원은 표면 소독제를 주 1회 사용하는 것이 전부이며, 이는 실제 감염 예방에 충분하지 않다.
세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공기 순환과 소독 불량이다. 병원 내 키즈존은 대기실과 유리 벽 혹은 칸막이로 구분되어 설치된 경우가 많아 환기 시스템이 독립되어 있지 않다. 이 경우 진료 대기 중인 환자 가족의 기침이나 대화 중 비말이 놀이공간으로 유입되어 공기 전파성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 등의 감염병은 접촉만 아니라 공기 중 침방울 전파 가능성이 있으므로, 키즈존 내의 실내 공기 관리 역시 중요하다.
감염 예방을 위한 병원 키즈존 위생 설계 기준
병원 내 키즈존을 위생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청소를 넘어, 감염 관리 관점에서의 공간 설계와 시설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질병관리청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안한 ‘소아 환자 대기 공간 위생관리 권고안’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핵심 기준이 포함된다.
첫째, 항균·항바이러스 소재를 사용한 장비 배치가 권장된다. 예를 들어, 고무 장난감보다는 세척이 용이하고 항균 처리가 된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하며, 표면에 UV 코팅이나 항균 필름을 적용하면 소독 주기를 줄이면서도 위생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장난감 대신 디지털 무접촉 놀이 콘텐츠를 도입하기도 한다.
둘째, 장난감과 놀이기구에 대한 일일 소독 프로토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위험 접촉 물품은 1일 1회 이상 소독해야 하며, 볼풀장처럼 다수의 표면이 존재하는 시설은 주기적 교체 또는 자외선 살균기 도입이 필수다. 실제로 인천 연수구의 한 소아청소년과는 UV 살균기를 키즈존 입구에 설치해 장난감을 비치 전 자가 소독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셋째, HEPA 필터와 환기 시스템의 분리 운용도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키즈존이 대기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면, 같은 공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병원 전체의 공기 오염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공기 순환을 위한 HEPA 필터 공기청정기 별도 운용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공조기를 통한 교차 감염을 방지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기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넷째, 입장 전 손 위생 강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손소독제 비치만 아니라, 시각적 안내판과 아동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자동 손 소독 기계, 소리 안내 등을 함께 배치하면 실제 손 위생 실천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특히 병원 키즈존은 36개월 이하 영유아의 이용 비율이 높기 때문에, 부모를 통한 간접 접촉 감염 관리도 고려되어야 한다.
위생 강화형 병원 키즈존 사례 분석
국내외 병원 중 일부는 키즈존을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닌, 감염 예방까지 고려한 안전한 어린이 공간으로 혁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보살핌 앤 유아 소아청소년과’가 있다. 이 병원은 ‘비접촉 놀이 중심 키즈존’을 표방하며, 모든 장난감을 주 1회 교체하고, 이용 시간제한 예약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해당 키즈존은 하루 8세션으로 운영되며, 세션 사이 10분간 공기 살균기와 전자 소독기를 가동한다. 장난감은 교체 표면 살균제를 사용해 직원이 직접 닦고, 놀이 매트는 항균 PVC 매트를 채택해 하루 2회 분무 소독을 실시한다. 이 병원은 아예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위한 ‘무균 대기 구역’과 키즈존을 분리하여 아이 상태에 따라 공간을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실제 이 병원은 2023년 대한 소아 감염학회로부터 ‘아동 감염 예방 우수시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병원 키즈존 위생관리에 대한 기준은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시오도메 소아병원’은 UV-C 라이트 기반의 자가 살균 놀이공간을 도입하여 매 세션 후 자동으로 실내 살균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아이가 자리를 비우면 3분간 자동 정화가 이뤄지며, 보호자는 실시간으로 살균 상태를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병원은 이 시스템 도입 이후 6개월간 키즈존 이용 후 72시간 내 감염 증세를 보인 사례가 8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키즈존 위생 관리를 위한 실천 과제
병원 내 키즈존의 위생 문제는 단순히 공간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환자 안전, 보호자 신뢰, 병원 브랜드 표상에까지 직결되는 핵심 이슈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은 키즈존을 단순한 대기 편의 공간이 아닌, 아동 감염 예방의 최전선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투자와 개선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첫째, 시설 예산 항목에 키즈존 위생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난감 교체 비용, 소독 장비 운영비, 인력 배치 예산 등을 일반 청소 항목과 분리해 관리해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둘째, 위생 교육과 행동 유도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의료진만 아니라 병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손 씻기 캠페인, 키즈존 이용 수칙을 안내하는 시각 자료, 안내 영상 등을 활용하면 아이와 보호자 모두의 참여율이 높아진다.
셋째, 지역 보건소 및 감염병 관리 기관과 연계한 정기 점검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키즈존이 감염병 고위험 공간으로 인식된다면, 주기적인 표면 검사와 공기 질 테스트, 소독력 테스트를 포함한 정기 평가가 위생의 기준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병원 내 키즈존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치료와 회복 사이에서 아이의 정서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오히려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의 구조, 위생의 기준, 관리자의 인식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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