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은 많은 부모에게 새로운 걱정을 가져오는 시기다. 바로 ‘방과 후 돌봄 공백’ 문제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달리 초등학교는 대개 오후 1시 전후로 수업이 끝난다. 그러나 많은 맞벌이 가정은 퇴근 전까지 자녀를 돌볼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으며, 공적 돌봄 서비스 역시 지역에 따라 접근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부모는 민간 키즈존이나 키즈카페를 돌봄 대안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작했고, 민간 공간이 공공 돌봄의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키즈존은 기존에 단순한 놀이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학습 보조, 간식 제공, 생활지도까지 포괄하는 하이브리드 돌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초등 방과 후 돌봄 정책과 키즈존의 연계 가능성을 실증 사례 중심으로 분석하고, 향후 제도화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키즈존 방과 후 돌봄 정책의 현실과 구조적 한계
현재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초등 방과후 돌봄 정책은 ‘돌봄교실’, ‘다함께 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등으로 구분되며, 각기 다른 부처와 지자체가 운영 주체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수용 인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약 270만 명 중 돌봄교실에 참가할 수 있는 아동은 약 15% 내외로, 실질적으로는 5명 중 1명도 돌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별 격차도 크며, 수도권 외곽이나 농어촌 지역은 센터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둘째, 운영 시간의 제약이 부모의 실질적 부담을 가중한다. 대부분의 돌봄교실은 오후 5시 전후 종료되며, 저녁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연장 프로그램은 지자체별로 예산이 다르고 지속성도 불안정하다. 이에 따라 부모는 퇴근 전까지 아이를 맡길 장소를 민간에서 별도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프로그램 질적 편차와 전문성 부족도 문제다. 일부 돌봄교실은 단순 TV 시청이나 자유 놀이 위주로 운영되며, 전문적인 지도자 없이 보조 인력만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동의 발달 지원은 물론, 안전과 정서 보호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결국 민간 대체 서비스를 찾는 부모 수요를 증가시키며, 민간 키즈존이 ‘돌봄 2차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부상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키즈존의 방과 후 돌봄 대안으로서의 가능성
키즈존은 본래 놀이 중심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기능이 점점 확장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일부 키즈존은 초등 저학년을 타깃으로 한 방과 후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공공 돌봄의 한계를 보완하는 민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플랜키즈존’은 초등 1~3학년을 위한 방과후 입장 전용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며, 일정 시간 놀이나 체육활동 외에도, 숙제 지도, 간식 제공, 독서 시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문 아동지도사가 상주하며 보호자의 연락망과 연동된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안심 돌봄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경기 성남시의 ‘스마트키즈라운지’는 ICT 기반 키즈존으로, 방과후 시간대에만 정해진 아동만 출입할 수 있도록 예약제 운영을 도입했다. 아이는 지정된 락커와 자리에 앉아 AI 큐레이션 도서 콘텐츠, 디지털 독서, 창의 놀이 활동을 활용할 수 있으며, 학부모는 앱을 통해 실시간 위치와 활동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키즈존은 2023년 성남시청과의 협약을 통해 지역 초등 돌봄 대체 공간으로 공식 협력이 되었으며, 공공과 민간이 돌봄을 나누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키즈존이 단순한 민간 서비스 공간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돌봄 기능을 위탁·지원받을 수 있는 잠재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키즈존 돌봄의 정책 연계 필요성과 실현 방안
키즈존을 초등 방과후 돌봄 시스템의 일부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전환과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돌봄 정책이 기존의 ‘공공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 인프라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설계로 확장되어야 한다.
첫째, 인증 기준 마련이 핵심이다. 민간 키즈존 중 일부는 안전이나 위생, 교사 자격 등에서 공공기준에 미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돌봄 기능 키즈존 인증제’를 도입하고, 일정 기준(아동 지도 자격 보유자 배치, 응급처치 교육 이수, 학부모 커뮤니케이션 체계 확보 등)을 충족한 키즈존에 한해 지자체 협약 및 재정 보조를 제공할 수 있다.
둘째, 시간대 중심 운영 모델 개발이 요구된다. 공공 돌봄이 공백을 발생시키는 ‘틈새 시간대(오후 3~6시)’에 한정해, 키즈존이 특정 초등생을 대상으로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공공-민간 연계 시간제 키즈존 돌봄 모델’로 명시하고, 해당 시간 동안 자격을 갖춘 교사가 놀이 및 학습을 지도하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셋째, 예산 분산형 바우처 시스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현재는 대부분의 돌봄 예산이 특정 센터나 인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일정 돌봄 바우처를 지급하고, 보호자가 지정된 키즈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공공 부담을 분산시키면서 민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아동 발달 중심 설계 철학 전환도 필요하다. 단순히 ‘아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키즈존에서 아동의 사회성, 감정 표현, 창의력 발달을 촉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이 돌봄 정책의 본질에 부합한다.
미래형 키즈존 돌봄 모델을 위한 정책 제안
향후에는 키즈존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미래형 아동 생활복합 플랫폼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 교육청, 민간 운영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반의 실험 모델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2024년부터 ‘민간 키즈존 돌봄 위탁 실험사업’을 진행 중이며, 초등 1학년 대상으로 지역 내 6개 키즈존을 공공 돌봄 보완 공간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일정 공간을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사전 평가 후 인증하고, 시간제 돌봄 연계 바우처를 통해 자율 선택형 돌봄을 가능케 한다. 이는 정책의 탄력성과 부모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키즈존의 돌봄 기능을 보다 제도화하기 위해, ‘어린이 복합돌봄 공간 인증 기준’과 ‘민간 아동 시설 안전·발달 평가 체계’ 등의 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민간 키즈존은 더 이상 비공식 대체시설이 아닌, 공공 돌봄 인프라의 정식 일원으로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키즈존과 초등 돌봄의 연계는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무를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이자, 미래 지향적인 교육 복지 모델이다. 맞벌이 가정의 삶의 질, 아동의 일상 속 발달 기회, 지역사회의 공공 기능 회복을 위해, 이제는 키즈존의 역할을 ‘놀이 공간’을 넘어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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