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위한 조용한 키즈존 만들기

yusymphony 2025. 6. 28. 22:37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아동은 일반적인 또래보다 소리, 빛, 촉감 등 외부 자극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청각 자극에 예민한 아동은 일상적인 환경 소음조차 견디기 힘들어하며, 낯선 음향이 반복될 경우 공포감이나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일반 키즈존은 자폐 아동에게 ‘놀이터’가 아닌 ‘스트레스 공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부모들은 아이가 소음이 큰 키즈카페에서 갑자기 귀를 막고 울거나, 바닥에 엎드려 자극을 차단하려는 행동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결국 부모는 외출을 꺼리게 되고, 아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자폐 아동을 위한 조용한 키즈존 설계는 단순히 ‘조용한 공간’ 제공이 아니라, 아이의 삶을 보호하고 발달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다. 본문에서는 국내외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자폐 아동을 위한 소리 조절 중심의 키즈존 인테리어 설계 요소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공간 구성 방안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자폐 스펙트럼 아동을 위한 키즈존

자폐 아동이 일반 키즈존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외부 자극에 대한 감각 조절 능력이 비자폐 아동과 다르기 때문에, 흔한 키즈존 환경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 키즈존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화려한 조명, 빠른 속도의 배경음악, 경고음이 반복되는 전자기기 등이 다수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는 자폐 아동에게는 ‘흥미 요소’가 아니라, 신경계의 과부하를 유발하는 위협적 자극으로 작용한다.

경기도 안산시에 거주 중인 A 씨는 자폐 진단을 받은 5세 아들과 일반 키즈카페를 방문했을 때, 아이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고 회상한다. 해당 키즈카페는 입구에 가까운 곳에 풍선 터지는 소리를 내는 게임기기가 있었고, 실내 전체에는 반복되는 동요가 큰 음량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아이는 2분도 지나지 않아 심한 불안을 느끼며 자해성 행동을 보였고, 결국 입장 직후 퇴장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자폐 아동 가족에게 있어 반복되는 패턴이며, 아이에게도 외부 공간은 ‘공포의 장소’로 각인된다.

또 다른 사례로, 서울 강남구의 유명 키즈존에서 조명 아래에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자극으로 인해 벽면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자폐 아동이 발견되어 보호자와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보도가 있다. 이처럼 소리와 빛이 통제되지 않은 공간은 자폐 아동의 안전을 위협하고, 동시에 타 이용객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자폐 아동을 위한 조용한 키즈존 설계의 핵심 요소

 

자폐 아동을 위한 키즈존 설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소리의 관리’이다. 소리를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조절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구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설계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소리의 흡수를 고려한 음향 설계가 핵심이다. 대부분의 실내 키즈존은 음향 반사가 심한 플라스틱 재질의 구조물을 많이 사용한다. 자폐 아동에게는 이러한 반향음이 공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벽면과 천장에 흡음재를 삽입하거나 방음 타일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의 감각통합 전문 키즈공간 ‘무소음 놀이연구소’는 모든 천장을 흡음 타일로 마감하고, 벽면은 소리 분산을 최소화하는 곡면 설계로 구성해 자폐 아동의 체류 시간을 평균 3배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둘째, 예측 가능한 소리 구성이 필요하다. 자폐 아동은 갑작스러운 소리보다, 반복되고 안정적인 리듬의 소리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이를 위해 공간 내에서는 무작위 음악보다는 일정한 템포의 소리나 자연의 백색소음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대전시 유성구의 ‘소리쉼 키즈존’에서는 새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음 기반의 사운드 시스템을 설치해 자폐 아동의 심박수 변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셋째, 공간의 구획화를 통한 ‘조용한 구역’ 확보가 중요하다. 자폐 아동은 다수가 몰린 공간에서는 쉽게 긴장하게 되므로, 반드시 개별 놀이가 가능한 저자극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키즈존 내부에는 고밀도 패브릭 소재의 차음 커튼이나 저자극 색상의 파티션을 활용해 독립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 송도의 ‘사이키즈 존’은 3개의 감각 방과 1개의 조용한 방(Quiet Room)을 별도 배치해, 소리와 조명, 감각 자극을 조절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적용된 키즈존 소리 조절 인테리어 사례

 

국내에서 자폐 아동을 고려한 키즈존 설계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일부 공간은 실험적인 인테리어 구성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루나감각키즈존’은 개장 전부터 자폐 스펙트럼 아동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에 반영한 사례다. 이 키즈존은 소리 중심 자극 최소화를 핵심 철학으로 설정했고, 다음과 같은 세부 인테리어 방식을 채택했다.

우선, 입구에 이중 방음 도어를 설치해 외부 소음 유입을 막았고, 내부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전체적으로 무광 톤의 중간 밝기 색상으로 구성했다. 소리를 줄이기 위해 바닥에는 발소리를 흡수하는 고밀도 소음차단 매트를 깔고, 벽면은 곡면 구조의 펠트 흡음 패널로 마감했다. 또, 놀이기구 대부분은 기계식 음향을 배제한 ‘무소음 블록 놀이’, ‘촉각 기반 교구’ 위주로 구성했으며, 모든 음향 기기는 보호자의 앱을 통해 개별 볼륨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이 키즈존은 개장 3개월 만에 자폐 아동 가정의 재방문율이 70%를 넘었으며, 보호자 설문에서 92%가 ‘아이가 공간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운영자는 자폐 아동뿐 아니라 일반 아동 가정에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놀이 교육이 집중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조용한 키즈존이 특수 아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모든 아동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질적 증거이기도 하다.

 

조용한 키즈존을 위한 실천적 제언

 

자폐 아동을 위한 조용한 키즈존 설계는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접근성의 평등을 실현하는 공간 철학의 실천이다. 이제 키즈존은 단순히 ‘놀이’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아동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감각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운영자들은 공간을 계획할 때 ‘소리 조절’이라는 요소를 필수 인프라로 간주해야 하며, 단지 기구를 바꾸는 수준이 아닌 설계 단계부터 공간의 감각 구조를 조율해야 한다. 또한, 보호자와 소통하며 아동 개별 특성에 맞는 예약제 조용 시간대(Quiet Time Slot)를 마련하거나, 교사와 보호자에게 감각 자극 관련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부가 서비스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자폐 아동을 포함한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키즈존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조용한 키즈존을 위한 인테리어 비용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통해 민간 시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자폐 아동을 위한 조용한 키즈존은 단순한 공간 개선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삶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키즈존이 '더 자극적이고, 더 빠르고, 더 시끄럽게'를 지향했다면, 이제는 '더 차분하고, 더 안정적이며, 더 배려 깊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리 조절 중심의 인테리어는 그 시작이며, 이는 자폐 아동뿐 아니라 모든 아이의 정서 안정과 집중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