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등교육은 여전히 교과 중심 교육이 주를 이루지만, 그 바깥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익히는 공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을 위한 키즈존은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최근에는 ‘체험형 놀이’를 기반으로 한 학습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 효과성에 주목하는 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체험형 키즈존은 ‘놀이의 외피를 입은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학문적 접근과 놀이심리, 아동 발달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더불어 2025년 현재, 전국 주요 대형 쇼핑몰이나 교육특화 상권, 일부 도서관 및 지자체 문화시설에서는 초등학생 대상 체험 키즈존이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초등학생들이 이 키즈존을 통해 배우는 것은 무엇이고, 기존 학습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그저 노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이 왜 아이의 인지력, 자기주도성, 협업능력까지 키우는가? 이 글에서는 교육학 및 심리학 전문 서적과 실제 키즈존 사례를 바탕으로 체험형 놀이가 초등 학습에 미치는 실제 효과를 분석한다.
놀이 기반 학습의 이론적 배경 – 체험의 중요성
체험형 키즈존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다’는 감각적 요소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뇌와 정서, 사고가 연결되는 학습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Experience and Education(경험과 교육)』에서 학습의 핵심은 지식 주입이 아닌 경험을 통한 내면화라고 보았다. 듀이는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겪는 과정 속에서 사고가 생기고, 기억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버드대 교육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다중지능이론(Frames of Mind)』을 통해 “아이는 언어지능, 논리지능 외에도 운동, 공간, 음악, 대인관계 등의 다양한 지능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체험형 키즈존의 설계 철학에 매우 밀접하게 적용된다. 예컨대, 미로 속에서 공간을 탐색하는 활동은 ‘공간지능’을, 요리 체험이나 역할놀이에서는 ‘신체운동지능’과 ‘대인관계지능’을 자극한다.
이처럼 초등 저학년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추상 개념보다는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경험이 학습 효과를 더 강하게 자극하며,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뇌, 경험을 기억하다』(메리 헬렌 이모디노-양 지음)에 따르면, 실제 상황을 통해 오감이 자극되면 학습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실제 초등 키즈존 체험 사례 – 놀면서 배우는 공간의 효과
사례 1: 경기 성남시 ‘스팀키즈랩’ – 창의융합 교육형 키즈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스팀키즈랩(STEAM Kids Lab)’은 과학, 수학, 공학, 예술, 기술이 통합된 복합 체험 키즈존이다. 이곳은 단순 놀이기구가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된 체험 부스를 통해 아이가 직접 조작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초등 1~3학년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물의 순환 만들기’ 코너에서는 물탱크를 조립하고 펌프를 작동시켜 빗물, 지하수, 증발 과정을 직접 구현해볼 수 있다. 실제 이 공간을 방문한 보호자들은 “과학을 재미있게 체험으로 익힌다”, “아이가 물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운영자에 따르면 체험 후 간단한 퀴즈와 자율 정리 활동까지 포함하여 ‘놀이→탐구→정리’의 3단계 학습 모델을 실현하고 있으며, 자기주도적 탐구능력과 논리적 설명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보호자 설문 결과가 86%에 달한다고 밝혔다.
사례 2: 서울 마포구 ‘플레이런 키즈존’ – 협업형 프로젝트 놀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플레이런 키즈존’은 초등학교 2~4학년을 타깃으로, 아이들이 팀을 구성해 미션을 수행하는 협업형 체험 공간이다. ‘신문사 만들기’, ‘자연재해 생존 시뮬레이션’, ‘친구 인터뷰’와 같은 프로젝트가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는 역할을 나누고 리더를 정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협업 역량을 경험하게 된다.
‘지진 대비 도시 구조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는 팀별로 지진에 강한 건물을 만들고, 모형 도시 전체가 흔들릴 때 어느 건물이 가장 오래 버티는지를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구조 원리 이해, 재료 선정, 설계도 작성, 실행, 발표까지의 전 과정을 경험하며 학습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 키즈존을 운영하는 교육디자이너는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놀이 구조로 설계되었고, 단순 놀이가 아닌 ‘학습성 있는 놀이’를 위한 시나리오 기반 설계가 특징”이라고 밝혔다. 특히 발표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 내성적인 아이들도 자기표현 능력과 대인관계 역량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는 후속 평가가 이어졌다.
체험형 키즈존이 초등학습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 분석
전문서적과 사례를 종합 분석하면, 체험형 키즈존은 초등학생의 다음과 같은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① 인지 능력의 확장
놀이 과정에서 문제 해결, 도전, 반복 학습이 수반되며 자연스럽게 사고력이 향상된다.
특히 수학·과학 체험 키즈존에서는 추론력, 공간지각력, 패턴 인지력이 강화된다.
→ 근거 서적: 『놀이로 배우는 아이들』(앨리슨 고프닉), 『교육심리학의 이해』(조용환 외)
② 자기주도성 및 자기결정력 강화
체험형 키즈존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이는 자존감을 높이고, 학교 내 학습 참여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연계 연구: 한국교육학회 논문 「자기주도적 학습에 영향을 주는 놀이기반 교육환경 요인 분석」, 2022
③ 사회성 및 갈등 조절력 향상
협업 기반 체험 공간은 아이가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기주장을 조절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을 습득하게 한다. 이는 또래 관계 갈등을 줄이고 학교 적응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 연구 근거: 『사회정서학습의 실제』(김성환), OECD Social-Emotional Learning Framework (2021)
교육 공간으로 진화하는 키즈존, 향후 방향
초등학생 대상 키즈존은 이제 단순히 ‘놀다 가는 곳’이 아니라, 체험과 탐구, 사회적 학습이 결합된 비형식 교육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 지역 교육기관과의 연계 확대: 방과후 학교,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과 연동
- 테마형 키즈존 다양화: 과학, 환경, 역사, 금융 등 특정 학습 요소 강화
- 디지털 융합 콘텐츠 도입: AR/VR 기반 실험 콘텐츠, 미션 수행형 키즈 시뮬레이션
- 보호자 참여형 키즈존: 부모와 함께하는 학습 놀이, 가족 교육 콘텐츠 도입
이러한 변화는 초등학생에게 더 폭넓은 학습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공교육에서 놓치는 부분을 키즈존이라는 ‘사적 공공공간’을 통해 보완하는 사회적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초등 키즈존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형 놀이는 그저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아니다. 아이가 탐색하고, 협력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는 모든 과정은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학교 교실에서 얻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
‘놀이=시간 낭비’라는 오해는 이제 과거의 시각이다. 지금의 키즈존은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배움의 현장이자, 부모에게는 학습과 놀이의 균형을 맞춘 공간적 해답이 되고 있다.
'키즈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등학교 방과후 활동, 키즈존이 아이의 사회성을 바꾼다 (1) | 2025.07.03 |
---|---|
초등학생 대상 키즈존 운영 시 가장 많이 나오는 민원 TOP5 (0) | 2025.07.02 |
해외의 노키즈존, 한국과 다른 아동 배려 정책 비교 (1) | 2025.07.01 |
키즈존 내 아동 간 폭력 해결 방안 (0) | 2025.07.01 |
노키즈존 사회 문제 – 아이 없는 공간이 늘어나는 사회의 딜레마 (1)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