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존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감정과 신체를 마음껏 표현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웃음소리와 장난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도 때때로 아이들끼리의 다툼과 충돌, 나아가 폭력적 행동이 발생한다. 놀다가 장난감 쟁탈전을 벌이거나, 타인의 신체를 밀치고 때리는 상황은 적지 않게 일어난다. 문제는 이 상황을 바라보는 보호자, 운영자, 사회의 시선과 개입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아이들끼리 싸우다 그칠 일이다”라는 인식부터 “폭력은 폭력이다,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응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갈등이 심화되고, 사건이 커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아동 간 폭력 문제로 인한 민형사 갈등과 키즈존 내 고소 사건까지 발생하며, 운영자와 보호자 모두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키즈존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아동 간 폭력의 실태와 그에 대한 개입 기준, 그리고 제도적/운영적 개선 방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키즈존 내 아동 간 폭력, 실제 사례로 본 충돌의 유형
아동 간 폭력은 단순한 신체 접촉부터 반복적인 괴롭힘까지 다양하다. 특히 공공 놀이공간인 키즈존에서는 보호자의 통제가 제한되는 환경이기에, 의도치 않게 심각한 갈등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 사례 1: 장난감 밀침에서 시작된 폭행 논란
2023년 9월, 경기 분당의 한 실내 키즈카페에서 5세 남아가 또래 아이의 손에서 장난감을 뺏으려다 밀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밀침을 당한 아이는 넘어지며 입술이 찢어졌고, 보호자는 “고의성 있는 폭력”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 아동의 부모는 “그럴 의도가 없었고, 아이들끼리 놀다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피해 아동 측은 “운영자가 즉각 개입하지 않았고,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격렬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한쪽에서는 “아이 행동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다치게 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아동 간 충돌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 사례 2: 말 없는 아이를 반복적으로 괴롭힌 또래 – ‘관찰된 왕따’
서울의 한 놀이체험형 키즈존에서는 특정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모래를 던지고, 놀이기구에서 밀어내는 장면이 직원에 의해 확인됐다. 피해 아동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발달 지연 아동이었고, 몇 차례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안기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가해 아동의 부모는 “애가 원래 활달한 성격이다. 모래는 다 같이 쓰는 거다”라며 방어적인 반응을 보였다.
직원이 중재를 시도했지만, 보호자 간 감정 싸움으로 이어졌고 결국 해당 아동 가정은 중도 퇴장했다. 운영자는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양쪽 모두에게 책임을 돌렸고, 커뮤니티에는 “운영자 개입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아동 간 괴롭힘도 실질적으로 폭력이며,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동 간 폭력을 단순한 ‘놀이의 일부’로 봐도 되는가?
많은 보호자와 운영자는 아동 간 충돌을 ‘사회성 학습의 과정’으로 본다. 맞고 때리고 싸우는 경험 속에서 아이가 경계를 배우고,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익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현장에서는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아동은 감정 조절 능력과 공감 능력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강한 자극이나 경험이 남겼을 때 심리적 트라우마로 연결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서적으로 취약한 아이일수록 “맞은 기억”이나 “위협받았던 순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불안의 시작점이 된다.
게다가 반복적인 괴롭힘이나 배척, 밀침 등은 실제로 아동기 집단 괴롭힘의 초기 단계와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교육학자 올베우스(Dan Olweus)는 “초등 저학년 이전의 괴롭힘 경험은 성장 이후 관계 회피 성향과 연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키즈존 내 폭력을 단순한 ‘아이들끼리 다툼’으로 축소해서는 안 되며, 신속하고 객관적인 개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간주해야 한다.
개입의 기준은 어디까지? 키즈존 운영자와 보호자의 역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언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현행법상 키즈존은 민간 사업장으로, 운영자에게 아동 보호법상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아동 간 충돌 시점에서 직원이 개입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결과적으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시설 차원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 운영자의 개입 기준 제안
- 1차 신체 접촉(밀침, 손찌검 등): 즉시 관찰자 개입 후 두 아이를 분리
- 2차 재차 발생 시: 보호자 호출 및 경고, 필요 시 가해 아동 퇴장 요청
- 반복적인 괴롭힘(집단 따돌림, 특정 아동 대상 괴롭힘 등): 현장 관리자 확인 후 CCTV 확인, 중재 불가시 경찰 또는 신고기관 개입 안내
✅ 보호자의 역할
- 아이의 신체 언어를 민감하게 관찰 (위축, 울음, 혼잣말, 회피 반응)
- 아이에게 위험 신호 알리기 교육 (“무서우면 손 들어” “혼자 피하지 말고 말해” 등)
- 타 아동 행동에 대한 즉각 피드백은 보호자 간 직접 대응보다는 직원 중재 요청 우선
이러한 기준은 행정기관에서 마련된 공식 지침은 아니지만, 현재 여러 키즈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자체 제작 중인 내부 운영 매뉴얼의 공통 구조와 유사하며, 실제 현장 운영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공간적 차원에서 가능한 실질적 해결책
키즈존 내 아동 간 폭력 문제는 단순한 한두 사례의 문제가 아닌, 공공 공간에서의 아동 권리와 보호 의무에 대한 사회적 기준 마련이 필요한 사안이다.
✅ 제도 개선 제안
- ‘아동이용시설 안전관리 지침’ 제정: 키즈존을 포함한 실내 아동 공간의 보호자-운영자-아동 권한을 명확히 규정
- 직원 아동심리 교육 의무화: 기본적인 아동기 갈등 대응법, 비폭력 개입 훈련 포함
- 민원 분쟁 대응 시스템 구축: 고충처리 매뉴얼, CCTV 증거관리, 분쟁 중재자 교육 포함
✅ 공간 설계 개선
- 아이 동선 간 충돌 완화 공간 확보: 좁은 통로나 코너에서 충돌 방지 설계
- 관찰 가능한 개방형 놀이공간 확대: 보호자와 직원이 시야 확보 가능한 구조
- 개별 힐링존 마련: 감정 조절이 필요한 아이를 위한 짧은 휴식공간 (Low stimulation zone)
키즈존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아동 간 폭력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무심코 지나친 한 번의 밀침이, 한 아이에게는 사회에 대한 첫 불신으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그 순간 어른이 개입하고, 보호하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그 기억을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배운다.
'키즈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외의 노키즈존, 한국과 다른 아동 배려 정책 비교 (0) | 2025.07.01 |
---|---|
노키즈존 사회 문제 – 아이 없는 공간이 늘어나는 사회의 딜레마 (1) | 2025.06.30 |
2025년 도심형 키즈존 창업 트렌드 (0) | 2025.06.30 |
아동 성범죄와 키즈존 관리 실태 (1) | 2025.06.30 |
서울과 지방의 지역별 키즈존 안전 점검 기준 차이 분석 (1)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