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이란 말이 등장했을 때 나는 그저 그런 유행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장을 운영하면서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라는 걸 체감했다. 고객을 받는 입장에서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거나, 반대로 아이를 환영한다는 이유로 컴플레인을 받는 일은 현실이다. 이 글은 논란이 아니라, ‘운영자’ 입장에서 마주한 실제 고민과 판단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아이는 예뻐요, 하지만 공간은 예쁘게만 굴러가지 않아요.”
나는 조용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20석 규모의 카페를 3년째 운영 중이다. 한창 손님이 늘어나던 어느 날, 한 가족 단위 손님이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문제는 아이가 20분 넘게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녔고, 그 사이 3팀이 조용히 나갔다. 그날 매출보다 아쉬웠던 건, “분위기 좋아서 왔는데 시끄러워서 그냥 나간다”는 손님의 말이었다. 그 이후 나는 ‘노키즈존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처음 하게 됐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고객과의 균형이 어려웠다.
한쪽 손님을 배려하면 다른 쪽 손님의 불만이 생긴다. 특히 ‘노트북으로 작업하러 오는 사람들’과 ‘유아 동반 손님’은 공존이 어렵다. 내 입장에서 두 손님 다 소중하지만, 한 공간에서 전부를 만족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키즈존, 단지 말하기조차 두려운 단어가 되었다”
나는 실제로 ‘노키즈존’이라는 문구를 붙이지는 않았다. 대신 조용한 공간이라는 걸 강조하는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님들께 적합한 매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메뉴판 옆에 붙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손님이 이 문구조차 불편해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아이와 함께 들어왔다가 메뉴판을 보더니 표정이 굳었다. “아이 데려오면 안 된다는 거예요?”라는 질문에 나는 “전혀 그런 뜻은 아니고, 다만 분위기가 조용한 공간이라 미리 알려드리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손님은 불쾌한 듯 자리를 잡지도 않고 나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내가 괜히 손님을 선별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불편한 문구라고 항의받을까?’ 그 결과, 나는 가게의 콘셉트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운영자가 되어 있었다.
“반대로, 키즈존이라는 선택을 한 동료의 이야기”
내 지인은 키즈카페를 운영한다. 그는 정반대로 ‘아이와 부모를 위한 공간’을 선언하고 시작한 케이스다.
매장에 아이 전용 의자, 낮은 테이블, 방음 장치, 그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뒀다.
그런데 그의 말은 의외였다. “키즈존도 쉽지 않다. 부모님이 전부 이해심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더 까다로운 고객도 많다.”
즉, 아이를 환영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문제 없는 게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불만과 기대치가 생긴다. 그리고 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소란’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를 명확히 해야만 그에 맞는 룰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선택을 해도 고객에게 설명하지 못하게 된다.
노키즈존을 공식화하지 않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도 내 공간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문에 붙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차별’, ‘배제’, ‘혐오’라는 단어들이 쉽게 따라붙는다. 물론 나는 그 누구도 혐오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 운영은 이상보다 현실의 균형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타협했다.
* 아이 동반 손님이 오면, 매장 콘셉트를 미리 설명한다.
* 조용한 공간이라는 점을 알리고, 만약 불편할 수 있다면 근처 키즈카페를 추천한다.
* 아이의 행동이 다른 손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경우, 부드럽게 요청드리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논키즈존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연령에 따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도 한 사회의 일원이며, 공공장소에서의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 논거다. 또한, 논키즈존은 보호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의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가족 단위의 외출 자체를 위축시키고,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제 분위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논키즈존은 문제 해결이 아닌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건 나 혼자만의 룰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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