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존에서 모방 놀이
키즈존에서 벌어지는 모방 놀이, 단순한 흉내가 아닌 ‘배움의 본질’이다. 아이들은 키즈존이라는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따라 하며, 그것을 놀이로 확장시킨다. 소방차에 올라 “불 꺼야지!”라고 외치거나, 장난감 음식점을 운영하며 “주문이요!”라고 말하고, 엄마나 아빠의 말투를 흉내 내며 역할놀이에 몰입한다. 이처럼 ‘모방’은 키즈존에서 아이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행동 유형이다. 많은 부모들은 이를 단순한 장난이나 귀여운 행동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누군가를 따라 하며 행동하는 ‘모방’은 아동 발달에서 인지, 정서, 사회성, 창의성까지 통합적으로 자극하는 핵심적 학습 방법이다. 특히 키즈존은 가정과 달리 다양한 또래, 낯선 어른, 비일상적 상황이 혼합된 공간이기 때문에 모방 행동이 보다 적극적이고, 때로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본 글에서는 키즈존에서의 아동 모방 행동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행동 사례와 연구, 모방 행동이 교육적으로 작용하는 조건과 방식, 운영자 및 보호자의 대응 방법까지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정리한다.

키즈존에서 모방 행동의 개념
모방 행동이란? 단순 재현이 아닌 인지의 출발점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관찰과 모방을 통해 새로운 행동을 학습한다. 그는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이 보이는 공격적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모델링(modelling)’이 아동기 학습의 핵심 기제임을 강조했다.
모방이란 단지 어떤 행동을 따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아이는 모방을 통해 행동의 구조, 원인, 목적, 기대 결과를 내면화하며, 이것은 단순한 외형의 재현이 아닌 ‘인지적 재구성 과정’이다.
《놀이를 통해 배우는 아이》(사이먼 니콜라스, 2019)에서는 유아기의 모방 행동이 언어 습득, 감정 공감, 상황 판단, 자기통제력 등의 발달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이는 키즈존과 같은 놀이 중심 공간에서 모방 행동을 단순한 재미 요소로만 보아선 안 된다는 근거가 된다.
키즈존 내 모방 행동의 유형과 실제 사례
역할 모방 (Role Imitation)
역할 모방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형태로, 부모, 선생님, 경찰, 의사, 요리사 등 현실에서 본 직업이나 인물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다.
사례:
- 아이가 미니 주방에서 조리 놀이를 하며 “김치찌개 주세요~”라고 주문받고, 장난감 냄비를 흔들며 “끓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 병원 코너에서 친구에게 “체온 재볼게요. 주사 맞아야 해요”라고 말하는 행동
이러한 모방은 아이가 해당 역할의 언어, 행동, 사회적 규칙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한 뒤 이를 놀이로 구성하는 고차원적 활동이다.
또래 모방 (Peer Imitation)
키즈존에서 또래 모방은 또래 아이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놀이 방식, 말투, 행동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는 사회적 비교와 학습의 초기 형태이다.
사례:
- 한 아이가 트램펄린에서 뛰며 “나는 공룡이야!”라고 소리치자, 옆 아이가 똑같이 “나는 티라노!”라며 함께 점프
- 장난감을 두고 서로 다투다가 한쪽 아이가 갑자기 “우리 바꿔 쓰자”라고 제안하고, 다른 아이가 이를 모방하며 제안을 되풀이하는 장면
이런 행동은 단순 흉내를 넘어, 관계 형성, 갈등 조절, 대화 기술까지 학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정 모방 (Emotional Imitation)
키즈존에서 아이들은 또래가 웃거나 울거나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감정 모방으로 정서적 공감 능력의 초기 발달 단계이다.
사례:
- 한 아이가 넘어져 울기 시작하자, 옆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 “괜찮아?”라고 말함
- 누군가 장난감에 화를 내면, 같은 상황에서 동일한 표정과 목소리로 감정을 재현
이는 타인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재현하는 능력, 즉 사회적 정서 발달과 직결된다.
키즈존 내 모방 행동의 발달 효과 4가지
언어 발달 촉진
아이들은 키즈존에서 또래와 어른의 언어를 관찰하고 반복한다. 이로써 새로운 어휘, 문장 구조, 표현 방식을 빠르게 흡수한다. 특히 역할놀이에서 사용하는 상황별 어휘는 일반 일상 대화보다 훨씬 다양하다.
예: “주문하시겠어요?”, “환자분, 조금 따끔해요~” 등은 일상에서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놀이 중 익힐 수 있음
사회성 발달
사회성 발달은 다른 아이와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며 관계 형성의 규칙을 학습한다. 모방은 친밀감을 높이고, 협력적 놀이의 기초를 다진다.
자기조절력 강화
자기조절력은 처음에는 단순한 흉내였더라도, 반복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의사처럼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규칙을 내면화함.
문제해결 능력 향상
다른 아이의 행동을 모방하고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해결 방법을 발견하고 반복하여 능력을 키운다. 예를 들어 블록을 쌓는 방법을 관찰해 더 튼튼하게 조립할 수 있게 된다.
키즈존 내 보호자와 운영자가 모방 행동을 교육적으로 확장시키는 방법
모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의도적으로 촉진하고 확장시키는 전략을 사용하면 교육적 효과는 극대화된다.
역할 놀이 공간에 다양한 직업 테마 제공 | 병원, 마트, 카페, 공항, 정비소 등 실제 직업 환경 구성 |
표준 행동 시연 후 관찰 | 운영자가 먼저 “주문받는 요리사 역할”을 보여준 후 아이들이 따라 하게 유도 |
감정표현 단어 사용 장려 | “친구가 슬퍼 보여. 우리 같이 도와줄까?”처럼 공감 유도 표현 제시 |
모방 후 질문 던지기 | “왜 그렇게 말했어?”, “지금 무슨 역할이야?” 등 사고 확장 질문 제공 |
잘못된 행동 모방 시 중립적 피드백 제공 | “이건 친구가 다치니까 다르게 해볼까?” 등 부정 표현 없이 재지시 |
키즈존에서 모방 행동에 대한 오해와 올바른 시선
많은 보호자는 “우리 아이가 말도 안 하고 남 따라만 한다”, “창의력이 없는 것 같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방은
창의력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모방은 창의력의 뿌리이다.
《아이의 창의력은 모방에서 시작된다》(엘리자베스 하트만, 2018)는 아이들이 관찰→모방→변형→창작이라는 4단계를 거쳐 창의적으로 성장한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환하고 확장하는 능력이 자라나는 것이다.
키즈존에서 아이가 따라 하는 모든 것은 ‘배움의 시작’이다
우리는 너무 자주 아이가 그저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장난 속에는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실험한다. 아이가 타인과 연결되는 곳에서 수천 가지의 학습 기회가 숨어 있다. 특히 키즈존이라는 공간은 자발적 모방 학습의 보고다.
아이들이 “주문이요!”, “아프지 마세요”, “나도 해볼래”라고 말하는 순간마다, 그들은 사회의 구조, 언어의 리듬, 정서의 흐름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배움은 강의실도, 책상도 아닌 놀이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키즈존에서의 모방은 ‘흉내’가 아니라, 가장 원초적이고도 진보된 학습의 형태다. 보호자와 운영자가 이 사실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모방을 학습으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마련한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세상을 배우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