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와 키즈존 관리 실태
키즈존은 아동에게 단순한 놀이터가 아닌, 사회성과 감정 표현을 배우는 중요한 생활 공간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이라 믿고 키즈존을 선택하지만, 이 공간이 오히려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의 현장이 되고 있다면 그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실내 키즈카페나 놀이방 등 키즈존에서 발생한 아동 대상 성추행·성희롱 사건이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특히 일부 시설에서는 관리 부실, 인력 부족, CCTV 사각지대 등으로 인해 범죄 발생 후에도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키즈존 내 아동 성범죄의 실태를 조명하고, 그 배경에 있는 구조적 허점과 관리 부재를 분석하여 보다 안전한 아동 공간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실제 발생한 키즈존 내 아동 성범죄 사례 분석
2022년 10월, 경기도 수원의 한 대형 키즈카페에서 5세 여아가 또래 남아의 보호자에 의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가해자는 보호자의 신분으로 키즈카페에 동행했고, 피해 아동의 부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를 화장실 앞에서 데려가 아이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한 뒤 다시 놀이공간에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CCTV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해당 화장실 입구는 사각지대였고, 직원도 사건 발생 당시 자리에 없었다. 피해 부모는 신고 후 수사기관에 증거 영상을 요구했으나, “녹화가 저장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다른 사례는 서울 강서구의 한 실내 키즈존에서 발생했다. 2023년 4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다른 보호자가 동반한 성인 남성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쳐다보이거나 뒤를 따라다니는 행동에 불안감을 느꼈다는 내용을 부모가 지역 커뮤니티에 글로 올리며 문제가 확대되었다. 이후 CCTV 분석 결과, 해당 남성은 2시간 동안 특정 아동을 따라다니며 접촉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했고, 일부 촬영 정황도 포착되었다. 키즈존 운영자는 “직원이 그것까지 인지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결국 보호자와 직원 간 실랑이 후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이러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대다수의 아동 대상 성범죄는 피해 아동이 자기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키즈존이라는 공간이 ‘사각지대’가 되는 이유는 단순한 운영 미숙이 아니라, 제도적 공백과 감시 체계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키즈존의 구조적 허점: 왜 아이는 보호받지 못하는가?
아동 대상 성범죄가 키즈존에서 반복되는 이유는 이 공간이 본질적으로 ‘자율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키즈존은 부모 또는 보호자가 동행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놀이하게 되어 있어, 아이는 보호의 감각을 상실한 채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에 노출될 수 있다. 보호자가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복수 아동을 데리고 있어 한눈을 파는 사이 범죄는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질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키즈존이 CCTV 설치 기준, 직원 배치 기준, 비상 상황 대응 매뉴얼이 전무하거나 권장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현재 키즈카페나 놀이방은 ‘일반 영업장’으로 분류되어 있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달리 아동학대 예방법이나 아동 보호법의 적용을 직접 받지 않는다.
또한, 시설 구조상 CCTV 사각지대가 많다. 특히 미로 구조의 놀이기구, 터널, 미끄럼틀 하단, 배치형 텐트 공간 등은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간이 ‘아이에게 아늑한 공간’이자 ‘범죄자에게는 은폐 공간’이 될 수 있다. 키즈존 운영자 상당수는 “모든 공간에 CCTV를 설치하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결국 보호자와 아이 모두를 위험에 노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더불어 키즈존에 배치된 운영 직원의 자격 기준이나 역할 명확성도 부족하다. 일부 키즈존은 아르바이트생이 전담 인력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성범죄나 아동 위기 상황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낯선 성인에게 불안 반응을 보여도 이를 ‘떼쓰기’로 오해하고 방치하거나, 직접 개입을 회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도·운영·인식의 삼박자 부족이 키즈존을 위험 공간으로 만든다
아동 대상 성범죄가 키즈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나 규정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현재 키즈카페는 식품위생법, 소방법, 공중위생법 등의 적용은 받지만, 아동보호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성범죄 이력자 근무 제한, 신고 의무자 지정, 성인지 감수성 교육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키즈존은 아동 대상 범죄 전과가 있는 이력이 확인되지 않은 인력을 채용하거나, 검증 없이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등 관리 사각지대를 노출하고 있다.
운영 시스템 측면에서도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한 비상 호출 버튼, 보호자 호출 시스템, 출입 통제 시스템은 거의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키즈존은 입장 시 보호자 확인은 철저하지만, 내부에서 아이가 위협을 느꼈을 때 즉각적인 구조나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체계는 미비하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인식 문제도 크다. 아이가 낯선 이성과 말다툼을 하거나, 손을 잡힌 상태에서 놀이터를 돌아다녀도 이를 의심하는 시선보다 ‘부모가 함께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키즈존에서는 가해자가 ‘가족인 척’ 접근해 아이를 안심시키고 피해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호자의 인식 제고와 예민한 관찰력 또한 필수적인 안전 요소로 작용한다.
아이가 진짜 안전해지는 키즈존을 위한 실천 대안
키즈존 내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다층적 개입이 필요하다. 첫째, 법적 지위 변경이 필요하다. 실내 키즈카페, 키즈존을 ‘아동 이용 시설’로 분류하고, 아동복지법과 성범죄 예방법의 직접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운영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운영 인력의 범죄 이력 확인 및 아동 대상 범죄 예방 교육 의무화가 가능해진다.
둘째, 내부 구조 개선 및 사각지대 제거가 핵심이다. 모든 키즈존은 놀이시설 구조 설계 시 직선 시야 확보를 원칙으로 하고, 불투명한 공간과 복층 구조에는 반드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동시에 출입구에는 전자 출입 시스템 또는 보호자 지정 태그를 도입해 낯선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셋째, 전국 단위 신고 연계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부모가 키즈존에서 불쾌한 접촉, 의심되는 시선을 경험했을 때 이를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는 사전 경보 플랫폼, 지자체 실시간 점검 요청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시설의 자율 점검 동기를 높일 수 있다.
넷째, 보호자 대상 교육 캠페인도 병행되어야 한다. ‘내 아이는 괜찮겠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용 전 시설 구조 체크, 자녀와의 신호 약속(위험시 손들기, 보호자 찾기 등), 타인과 접촉 시 대화 교육 등 실질적인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
아동 성범죄는 언제나 ‘사각지대’를 노린다. 그리고 그 사각지대가 키즈존 안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아니라 잠재적 위협이 숨어 있는 공간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언제나 약자의 위치에 있고, 그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건 제도와 어른들의 감시 시스템뿐이다. 키즈존은 단순히 장난감이 많은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감정을 표현하는 첫 무대다. 이 무대가 안전해야 아이가 사람을 믿고, 자신을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