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방의 지역별 키즈존 안전 점검 기준 차이 분석
아이에게 안전은 권리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특히 키즈존은 놀이와 사회성이 결합한 공간인 만큼, 사고에 대한 위험이 잠재돼 있고 그만큼 철저한 안전 점검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국 어디에서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어떤 지역의 키즈존은 매트 하나까지 꼼꼼히 점검되지만, 다른 지역의 키즈존은 관리 주체도 모호하고, 사고가 나서야 겨우 점검이 시작된다. 특히 서울과 지방 간에는 제도적 기준, 예산 수준, 관리 빈도, 민원 대응 체계 등에서 명확한 차이가 존재하며, 이에 따라 아동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안전 환경조차 지역마다 불균형하게 제공되고 있다. 본문에서는 서울과 지방의 키즈존 안전 점검 기준과 구조적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키즈존 안전 점검 체계, 서울은 ‘체계적’, 지방은 ‘부분적’
서울특별시는 2022년부터 ‘서울형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강화 사업’을 본격 시행하며, 관할 구청별로 키즈카페 및 실내 키즈존까지 포함된 점검 대상을 확대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자료에 따르면, 관내 등록된 키즈존 중 300㎡ 이상 대형 시설은 연 2회 이상 정기 점검 대상이며, 이외 중소형 키즈존도 민원 발생 전이라도 불시 점검 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다.
서울의 점검 항목은 단순한 기구 고정 여부나 바닥재 상태를 넘어서 화재 대피 동선, 조명 밝기, CCTV 작동 상태, 응급조치 매뉴얼 부착 여부 등까지 포함되며, 구청마다 ‘어린이놀이시설 전담팀’이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시는 ‘IoT 기반 어린이 안전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통해 일부 키즈존에 실시간 온습도, CO₂ 농도, 바닥 충격 센서 등의 스마트 장비를 설치하여 사고 전 조기 위험 탐지 체계를 시범 운용 중이다.
반면 지방의 경우, 이런 구조적 체계가 부족하거나 미비한 상황이 많다. 예를 들어 충남의 A 지자체는 키즈존 점검이 ‘시설주 자율 점검 후 보고’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현장 방문은 연 1회 이하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전라북도의 한 시청은 키즈카페 안전 점검에 대해 “관할 부서가 불명확해 민원 접수 후 담당 부서를 지정하는 데만 수일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는 곧 지방에서는 사고가 발생해야 점검이 시작되는 ‘사후 대응형 시스템’이 여전히 일반적임을 의미한다.
예산 차이가 만드는 ‘점검 깊이’와 ‘실행력’의 격차
서울과 지방 간의 키즈존 안전 수준 차이는 단순히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 편성 수준과 집행력의 차이가 안전관리의 실행력을 좌우한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가 각각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고, 시설당 평균 연간 700만~1,200만 원의 점검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 예산은 외부 전문기관 위탁 점검, 안전 관련 교육, 사전 모의 훈련 운영 등에 사용되며, 시설별 맞춤형 안전 컨설팅도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서울 마포구의 경우, 2023년에는 실내 키즈존 42개소에 대해 3단계 점검(사전-현장-후속 관리) 체계를 도입하였으며, 평가 등급에 따라 예산 지원과 개선 권고를 병행했다. 이는 단순한 점검을 넘어서 시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개입의 사례로 평가된다.
반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키즈존을 ‘놀이시설’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 실내업소’로 분류하거나, 관리 부서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관련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거나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 없다 보니 점검은 비전문 인력이 단순 체크리스트로 현장을 둘러보는 수준에 머무르고, 위험 요소가 확인되어도 수정 명령만 내리고 실제 개선 여부를 모니터링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다.
이러한 현실은 지방에서 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는 ‘별도 투자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조장하고, 부모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장기적 불신과 이용률 저하로 이어지는 부정적 순환을 만든다.
안전 점검 항목의 기준 통일성 부족과 현장 혼선
지역 간 점검 체계의 차이는 항목 구성의 불균형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연계해 안전 점검 항목을 50개 이상으로 정리하여 시설 규모와 유형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이 항목에는 놀이기구 구조 안전성, 미끄럼 방지 기능, 화재 시 대피 동선, 시설 내 유해 물질 사용 여부, 조명과 환기 수준 등이 포함된다.
반면 지방은 해당 기준이 일관되지 않는다. 같은 프랜차이즈 키즈존이라 하더라도 **서울에서는 교구 소재의 인증 여부까지 확인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소방 필증 유무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식의 ‘형식적 점검’**이 진행된다. 실제 2023년 11월, 강원도 춘천의 한 키즈존에서는 정기 점검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기구 하단 지지대가 붕괴하며 아이가 상처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시설은 ‘눈으로 확인했을 때 이상이 없다’는 사유로 체크리스트 상 ‘양호’로 표시되었으며, 전문가가 아닌 행정지원 인력이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방 점검 인력은 ‘놀이시설 안전관리 자격’을 보유한 전문 인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부분은 일반 공무원이 겸직 형태로 점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험 요소를 실제로 인지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부족하며, 키즈존 운영자 또한 ‘그냥 와서 몇 장 사진 찍고 갔다’는 불만을 자주 호소한다.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제안
키즈존 안전 점검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첫째,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 관리법(가칭)’을 제정하여 키즈존을 법정 관리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현재는 실내 키즈존이 ‘놀이시설 법’, ‘실내 체육시설법’, ‘공중위생관리법’ 등 여러 법에 걸쳐 있으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지역별 해석과 대응도 달라진다.
둘째, 전국 공통 안전 점검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에 따른 등급제와 예산 연계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예컨대 전국 키즈존을 ABCD 등급으로 분류하고, A등급 시설에 운영 인센티브와 홍보 혜택을 주는 반면, CD 등급 시설은 일정 기한 내 개선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셋째, 전문 인력 양성 및 파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서울처럼 자체 인력을 두기 어려운 지방의 경우, 시도 단위로 ‘놀이시설 안전진단’을 운영하고, 연 1회 이상 전국 순환 점검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해당 진단 단은 놀이시설 자격증 보유자, 구조 기술자, 소방 안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민관협력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다.
넷째, 보호자와 시민이 실시간으로 점검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 등급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음식점 위생 등급처럼 키즈존의 안전 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이용자의 선택권이 강화되고, 시설 운영자도 자율적인 품질 향상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아동은 자신이 사는 지역을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지역이든, 어느 도시든, 아이는 동일한 수준의 안전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키즈존 안전 점검 체계는 서울과 지방 간의 자원 격차, 행정 인프라 격차, 정책 의지 차이에 따라 너무도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키즈존은 아이의 놀이 공간이자, 감정과 신체가 동시에 자라는 생활 공간이다. 이 공간이 안전해야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는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다.